상속포기와 한정승인, 빚이 더 많으면 뭘 골라야 할까
작성 강재남 세무사게시
구글 선호 출처로 추가
저희가 실무를 하다 보면 돌아가신 아버님 앞으로 날아온 독촉장을 들고 오시는 분들을 종종 뵙게 됩니다. 생전에 사업을 하셨던 분이면 더 그렇죠. 그때 가장 먼저 주시는 질문이 바로 이것인데요.
"아버지 빚을 제가 왜 갚아야 하나요? 저는 재산을 하나도 안 받았는데요."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가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상 그대로 넘어옵니다. 가만히 있으면 빚까지 물려받는 구조인 것이죠. 그래서 민법이 빠져나갈 문을 두 개 열어 두었는데, 둘 다 기한이 3개월입니다. 오늘은 그 두 문의 차이와,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모를 때 쓰는 방법을 짚어 드리겠습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뭐가 다른가요?
상속포기는 아예 상속인이 아니게 되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만 갚는 것입니다.
| 구분 | 상속포기 | 한정승인 |
|---|---|---|
| 1) 효과 |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봄 | 상속인 지위는 유지, 책임만 제한 |
| 2) 갚는 범위 | 갚을 의무 자체가 없음 | 상속받은 재산 한도까지만 |
| 3) 내 재산 | 건드리지 않음 | 건드리지 않음 |
| 4) 다음 순위로 | 넘어감 | 넘어가지 않음 |
| 5) 기한 | 안 날부터 3개월 | 안 날부터 3개월 |
여기서 4)가 특히 중요합니다.
상속포기를 하면 그 몫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그대로 넘어갑니다. 자녀분들이 다 같이 포기하시면 손자녀에게, 손자녀도 없으면 돌아가신 분의 부모님에게, 그다음은 형제자매에게 차례로 내려갑니다. 아버님 빚을 피하려다 조카까지 독촉장을 받는 일이 실제로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자산과 부채가 어느 쪽이 큰지 불분명하거나 후순위 친족까지 번지는 것을 막고 싶으시면, 상속인 중 한 분이 한정승인을 하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사례] 민 대표님
아버지께서 과거 사업을 하시며 여러 사람의 채무에 보증을 서셨고, 사망 후 확인된 재산보다 채무가 훨씬 커 보였습니다. 형제분들과 다 같이 상속포기를 하면 된다고 결론을 내리셨는데요. 가족관계증명서를 짚으시며 설마 이게 아이들한테까지 넘어가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상속포기는 포기한 사람만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만들 뿐이라, 선순위가 다 빠지면 다음 순위로 이어집니다.
(민법 제1019조, 제1028조, 제1041조)
3개월이 지나면 방법이 없나요?
아니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즉 예외가 열려 있습니다.
원칙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다만 상속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이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그 3개월 안에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다시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연장해 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외를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상속재산을 처분하셨거나 예금을 쓰셨다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문이 닫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독촉장을 받으셨다면 일단 아무것도 손대지 마시고 날짜부터 세어 보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산점도 오해가 많은 대목입니다. 3개월은 돌아가신 날부터가 아니라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안 날부터 셉니다. 왕래가 없던 친척의 상속인이 되어 뒤늦게 통지를 받으셨다면 그 통지를 받은 날이 출발점입니다. 신고는 상속개시지 관할 가정법원에 하시고, 한정승인은 상속재산 목록을 함께 내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내 경우는 어느 쪽이지?” 싶으시다면, 상황을 그대로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세요. 대표 세무사, 공인회계사가 직접 확인해 답변드립니다.
카카오톡으로 물어보기아버지 재산이 얼마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요?
이런 경우에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쓰시면 한 번에 조회됩니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사망신고를 하실 때 시청이나 구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같이 신청하시거나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사망신고를 이미 마치셨다면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안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조회되는 항목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대부업체까지 포함한 금융거래 내역과 국세 체납액, 지방세, 토지와 건축물 소유 현황, 자동차, 국민연금 가입 여부가 다 나옵니다. 자동차는 접수할 때 바로, 토지와 건축물과 지방세는 7일 이내, 금융과 국세와 연금은 20일 이내에 결과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3개월이라는 기한을 생각하면 20일은 결코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사례] 염XX님
아버지와 왕래가 많지 않으셨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 확인되는 재산이 거의 없어 따로 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 외상대금과 차입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오기 시작했고요. 독촉장을 펼쳐놓으시며 한 푼도 받은 게 없는데 왜 갚아야 하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치를 하지 않으면 채무도 함께 승계되고, 포기나 한정승인은 안 날부터 3개월 안이었습니다.
(사망자 및 피후견인 등 재산조회 통합처리에 관한 기준, 행정안전부 예규 제42호)
포기했는데 세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이 대목을 놓치시는 분이 많습니다.
상속을 포기하는 것 자체는 세금과 무관하지만, 선순위 상속인이 전원 포기해서 후순위 상속인이 재산을 받게 되면 상속공제 한도가 그만큼 깎입니다. 상속공제는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만 해주기 때문인데요. 부모님이 포기하셔서 형제분들이 받게 된 경우 일괄공제 5억원을 아예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빚 때문에 포기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일이 생길 여지가 적지만, 재산이 있는데도 순서를 넘기려고 포기하시는 경우라면 계산을 먼저 해보셔야 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서울고등법원2016누40650, 2016.10.26.)
자주 묻는 질문
공동상속인 중 저 혼자만 포기할 수 있나요?
네 됩니다. 상속포기는 각 상속인이 단독으로 하실 수 있고 다른 형제분들 동의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포기한 몫은 남은 상속인들에게 상속분 비율대로 돌아가니 미리 이야기를 맞추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버지 예금에서 장례비를 꺼내 썼는데 포기가 안 되나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장례비 정도라면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다른 용도가 섞여 있으면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으니, 통장 내역과 영수증을 그대로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세 신고는 안 해도 되나요?
한정승인과 상속세 신고는 별개입니다. 재산에서 채무를 뺀 금액이 공제 한도 아래라면 낼 세금은 없지만, 신고기한은 그대로 돌아가신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이고요.
이 글은 일반적인 세무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세무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용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국세청(nts.go.kr),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